소송까지 이어진 VAT 사건
스폰서 계약에 대한 두 총학생회장의 견해차가 빚어낸 진통
2015.12.01
2015년은 현 총학생회장이 당적을 은폐하고 출마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과 함께 시작됐다. 연이어 총학생회가 OT에서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학교를 비난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상영한 사건이 벌어졌고, 총학생회장이 행사기간 내 교내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을 뒤로 하고 음주를 하고 있었다는 논란, 그리고 최근 “중앙운영위원회 녹취록 사건”까지, 특히 학내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사건들이 많은 한 해였다. 그 중에서도 부총학생회장의 댓글 하나로 시작해 소송까지 이어진 “286만원 스폰서 계약 VAT 사건”이 그 대미를 장식하고 있다.
논란은 올해 6월 2일,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이 “총학생회 정신 차리세요”라는 제목으로 게시한 글에 최성범 현 부총학생회장이 “정기총회에서 감사받은 내역에서 스폰서 대금 286만원이 누락됐다”는 내용을 댓글로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은 당시 “286만원은 VAT이라고 서류에 뻔히 쓰여 있지 않느냐, 1원의 오차도 없이 딱 10%인데 발상조차 못 했느냐”며, “관련 서류가 현총학에 있음은 물론이고, 감사도 받았다”고 밝혔다. 곧 현총학생회는 “VAT인 줄 몰랐던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교내 게시판은 한동안 “총학생회가 VAT도 몰라서 횡령을 의심한 것이냐”는 조롱으로 뒤덮였고, 그렇게 ‘VAT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8월 중순, 현총학이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에게 출석을 요청해 “VAT 286만원은 부당지출”이라고 주장하며 VAT 논란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 올해 일어났던 많은 논란들 중, 유독 ‘VAT 286만원 사건’이 소송까지 확대된 이유는 무엇일까. 현총학에서는 “스폰 찬/반 설문조사”, “스폰 전면금지 정책”등 스폰에 매우 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스폰을 통한 비리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총학에서는 임기 이전부터 전총학에게 “비밀 스폰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전총학은 “J사와의 축제 계약이 유일한 스폰서 계약이고, 모든 서류를 인계해서 본인들이 들고 있는데 대체 무엇을 공개하라는 것이냐”며 대치하고 있었다.
기사에서는 인터뷰를 통해 계속해서 논란이 되어온 대학가 스폰서 계약에 대한 최성범 부총학생회장과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의 견해차를 확인하고, 이번 VAT 사건이 소송에까지 이르게 된 경위를 짚어 보고자 한다.
‘스폰서 계약’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최성범 부총학생회장은 “스폰은 업체로부터 홍보를 조건으로 금전적인 대가를 받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기자가 “현 총학에서 5월 중 자궁경부암 주사 홍보를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냐”고 묻자, “자궁경부암이나 안과의 경우 학생회가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그 혜택이 온전히 학우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6월, 현 총학생회가 중운위에서 안과 홍보 역시 스폰서로서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기자가 이를 지적하자, “스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없다. 만약 지난 중운위에서 그런 발언을 했으면 그건 잘못 말한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러한 현 부총학생회장의 입장에 대하여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은 “현 총학 기준대로라면 2014년 전 총학생회가 맺은 계약도 학생회가 대가를 전혀 받지 않았고 혜택이 학생들에게 돌아갔으므로 스폰이 아니게 된다”며, “현 총학생회가 편의에 따라 아전인수식으로 기준을 매번 재정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은 스폰서 계약을 “금전적인 대가와는 상관없이, 자치기구의 이름을 이용해 특정 사기업을 홍보하거나 제품의 품질을 보증해주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며, 좀 더 넓은 범위로 정의했다.
대학가 스폰서 계약에 대한 양 측의 견해차
최성범 부총학생회장은 “스폰은 비리발생가능성이 있고, 스폰 업체의 요구로 인해 행사 진행 과정에 자율성이 떨어질 수 있어 전면 반대한다”고 밝혔다. 조휘진 전총학생회장 역시 마찬가지로 “지성의 상아탑인 대학에서 상업적인 계약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학생들의 권리를 위임받아 구성한 자치단체가 특정 사기업을 홍보하거나 제품 품질을 보증해주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반대의 이유에 대해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은 “총학의 일반적인 납품사업들이 오히려 규모도 더 크고 불투명하게 처리된다. 반면에 스폰서 계약은 대대적으로 공개되므로 다른 계약보다는 투명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스폰서 계약을 반대하는 이유가 비리 때문이라는 현총학생회의 주장은 의도적인 궤변이라고 주장했다.
‘스폰서 계약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왜 작년에는 Cass 스폰서 계약을 맺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의 답변은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았던 새로운 내용이었다. 2013년에 총학생회가 Cass와 스폰서 계약을 맺었으나, 이후 약속과는 달리 Cass가 아닌 하이트와 주류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이 사실상 일방 파기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Cass 측이 총학 측에 당초 약속했던 연예인을 모두 제공했던 사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2013년 당시 Cass 측이 이미 파기되어 지킬 필요가 없게 된 약속을 이행한 것은 사기업답지 않은 행보가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은 “단순히 생각하면 그렇겠지만, Cass측은 이미 연예인 계약을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계약을 철회한다고 해도 어차피 손실을 메우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차라리 약속대로 이행해 주고 기업의 신뢰성을 챙기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학생회가 사기업을 대상으로 수천만 원대의 손실을 입힌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분명 13년도 총학생회의 잘못이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모든 권한과 책임을 함께 물려받는 기구이므로, 그에 대한 사과 역시 14년도 총학생회의 의무였다. 비록 14년도 총학생회가 스폰서 계약을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단순히 후임자의 사과와 계약 체결만으로 인하대학교 총학생회의 신뢰도를 복구할 수 있다면 그리 하는 것이 신념보다 중요했다”고 밝혔다.
‘VAT 286만 원 사건’이 소송에 이르기까지
2014년 9월 전총학생회는 축제에 연예인을 섭외하는 과정에서 연예기획사인 M사로부터 견적을 받아 계약을 진행했다. 가수 두 팀의 섭외를 완료하고 VAT도 확정된 상태에서 주식회사 OB맥주의 홍보대행업체인 J사가 ‘가수 두 팀에 대한 가격을 총학에 제공하겠다’는 스폰서 계약을 제시해 왔다. 이에 대해 전 총학생회에서는 J사에게 ‘스폰서계약 대금을 총학이 직접 받고 싶지는 않으니, J사와 M사가 직접 상호 계약을 맺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에 따라 J사와 M사가 직접 계약을 맺었다. 이 과정에서 스폰서 업체 J사가 M사에게 지불해야할 금액 중 VAT 286만 원은 총학생회가 J사 대신 부담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이후 총학생회는 총대의원회에 “스폰서 계약의 VAT를 지불하기 위하여 연예인 섭외비용을 286만 원 증액해 달라”는 서면 요청서를 제출했으며, 총대의원회가 이를 승인하여 286만원이 M사에 지불되었다.
그러나 2015년, 현 총학생회가 J사에에게 “M사와 맺은 계약내용을 공개하라”고 요구하면서, 2014년에 총학생회가 M사에 지불한 VAT 286만원을 J사도 M사에게 다시금 지급하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즉, M사가 286만원을 전 총학과 J사로부터 각각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현총학은 ‘전총학에서 286만원을 부당지출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은 “M사의 286만원 이중 수령 사실은 몰랐으나, 전총학에서는 원래 지불하기로 계약된 금액을 지불했을 뿐, 업체 간의 거래는 어찌 되었든 관여하여서는 안 되는 범위”라는 입장이다.
양측의 공방과정에서 최성범 부총학생회장이 “조휘진씨가 책임지고 286만원을 환수해오기로 했다”는 내용의 글을 교내 게시판에 게시한 이후,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이 잘못한 것이 없다면 286만 원을 환수하겠다는 발언을 왜 했겠느냐’며 전총학생회장의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게시물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후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은 “그런 발언은커녕, 그런 뉘앙스조차 드러낸 적이 없다”며 최성범 부총학생회장과의 통화녹취를 공개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최성범 부총학생회장을 형사 고소했다.
소송 진행 상황
최성범 부총학생회장은 VAT 사건과 관련하여 “현재 조휘진 전총학생회장과 M사에게 내용증명을 발송해 회신을 기다리는 중이며 변호사와의 상담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자가 “임기가 한 달 채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진행해나가실 계획이냐”고 질문하자 “임기가 종료된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법적공방은 계속 진행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휘진씨의 고소 사실에 대한 입장이나, 부당지출 관련 질문에 대해서는 “법적공방을 준비 중이라 자세한 말씀을 드릴 수 없다”며 대부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다.
반면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은 “전총학생회장의 부정이 의심되면 여론을 선동할 게 아니라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임에도 현총학생회는 오로지 여론 선동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소송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계속되는 허위사실유포와 궤변을 들어줄 수 없어 10월 23일 고소장을 제출하였으며, 입건은 되었으나 아직 피고소인(최성범 부총학생회장)에게 출석요청은 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법적절차에 따라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총학생회의 내용증명 발송에 대하여도 “더 이상 공개적으로 들이댈 논리가 없게 되자, 내용증명 운운하며 뭐라도 했다는 것을 내보이기 위해 무의미한 서류를 발송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이든 뭐든 발송할 것이 있다면 뭐 대단한 서류라도 보낸 것처럼 허풍을 떨 게 아니라 법원을 통해 서류를 발송하면 될 일”이라며 언성을 높였다.
번복되는 입장
VAT 논란에 대한 현 총학생회의 입장은 ‘전총학생회가 J사로부터 받은 스폰비 중 일부를 누락했으며, 조휘진 전총학생회장 본인이 이 금액 286만 원을 직접 환수하겠다고 발언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J사가 총학생회를 거치지 않고 연예기획사인 M사에 직접 대금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2014년 총학생회가 J사로부터 스폰비 등 금전을 지급받은 사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이 10월 15일 교내 게시판에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286만 원을 총학생회가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거나 “나(전총학생회장)는 더 신경쓰고 싶지 않으니 현 총학생회가 알아서 환수받으라”는 발언이 직접 등장하는 등, ‘286만 원을 직접 환수하여 주겠다’는 발언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드러났다.
그러자 현총학생회는 해당 금액 286만 원이 “총학
생회가 M사에 대가성으로 지급한 돈”이라며 입장을 바꾸었는데, 조휘진 전총학생회장은 이에 대해“총학생회가 지출하는 모든 금액이 대가성”이라며 “서비스를 받았고, 의회의 승인을 받고, 탈세 없이 대가를 지급했다는 것이 무엇이 문제라고 얘기하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폰서 계약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논란이 되어왔다. 스폰서 계약 체결 여부는 매년 총학생회장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금년처럼 한 사건에 대하여 기준과 입장이 한 총학생회장의 임기 내에서 수차례 번복된 전례는 없었다. 스폰서 계약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그리고 스폰서 계약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총학생회의 충분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