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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에 대하여

  ‘강남역 살인 사건’부터 ‘넥슨 시위’까지, 요즘 인터넷에서 가장 주목받고,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 의 중심에 서있는 ‘메갈리아’. 2016년 6월에 만들어져 이제 갓 1년 조금 넘은 사이트가 어떻게, 무슨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을까.

  메갈리아는 2015년 디시인사이드(이하 DC) ‘메르스 갤러리’에서 ‘메르스에 걸린 여성이 격리 를 거부하고 돌아다녀 메르스를 퍼트렸다’는 이야기가 돌면서 여성을 비하하는 글들이 게시판을 도배하던 중, 소문이 루머라는 것이 밝혀지자 이에 대한 반동으로 생긴 사이트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는 메갈리아가 자신들의 당위성을 인정받기 위해 만든 ‘건국 설화’로 사실과 다르다.

  메갈리아는 DC의 ‘남자 연예인 갤러리’ 일명 ‘남연갤’로부터 시작됐다. DC의 특성상, 그 중에 서도 연예인 갤러리의 특성상 ‘남연갤’의 게시글들은 대체로 자극적이고 원색적이었으며 현재 메 갈리아에서 ‘미러링’이라 주장하는 ‘일베체’나 ‘야민정음’ 역시 이미 보편화 돼있었다. ‘남자’ 연예인 갤러리였기에 갤러의 대부분은 여성이었고, 위의 특성과 맞물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제외 한 한국 남자는 *치’등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내용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즉 ‘루머로 인해 여성 이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것이 남성 혐오 발언의 계기’라는 메갈리아의 주장과는 다르게 메갈리 아의 시초인 ‘남연갤’에서 이미 남성 혐오 발언이 빈번하게 이뤄져왔던 것이다.

  메르스 갤러리가 생기자 ‘남성이 메르스를 처음 퍼트렸다’는 내용을 담은 남성 비하 글을 시작 으로 ‘남연갤’을 비롯한 DC의 여초갤러리 갤러들은 메르스 갤러리로 넘어와 남성혐오 게시글을 남겼다. 이후 이러한 게시글을 본 남성들이 여성혐오 글을 남기며 싸움이 시작됐으나, 메르스 루 머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에 대한 반동으로 여성 유저들이 힘을 얻게 됐고, 이들은 곧 ‘메르스 갤 러리 + 이갈리아의 딸들 = 메갈리아’를 탄생시켰다. 

  이렇듯 메갈리아는 애초에 ‘남성혐오’를 바탕으로 시작됐다. ‘메갈리아’에는 많은 남성혐오 게시 글 들이 올라오며, 그 정도가 매우 심할 때도 많다. 메갈리아에서 ‘미러링’이라 주장하는 글들 역 시 지금까지 여성혐오를 해 온 남성들에게 일침을 날리고 사람들에게 모순을 지적하기 위해 작 성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미러링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남성혐오 그 자체인지 모호한 수준이다. 메갈리아는 ‘메갈리아=페미니즘’ 을 표방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고, 그저 ‘여자 일베 사이트’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사실이다. 

  나는 메갈리아가 누군가가 말하는 것처럼 그저 사회의 혐오를 부추기는 사이트일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현재 행보가, 우리 사회가 양성평등으로 향하는 데 있어 발전적이고 지 속적인 행보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분명 그들은 우리가 페미니즘에 대해 한 마디라도 더 나누게 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여성 혐오든 남성 혐오든 혐오를 멈춰야 한다’는 의견들을 나누게 만들 었다. 지금까지 많은 페미니즘 단체들이 그러했듯이- 양성평등을 지지하지만 페미니즘은 지지하 지 않는 사람들을 페미니즘‘도’ 지지하게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그들이 노리던 것이었든 우 연이든 간에. 적어도 논의의 장을 만들었다는 것만큼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게 메갈리아의 전부이며 한계다. 양성평등을 실현시키지도, 페미니즘을 확산 시키지 도 않는다. 그들이 하는 행동은 오히려 사람들로 하여금 페미니즘을 자체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미러링’은 일베를 하는 남성들에게는 웃음거리일 뿐이고, 일베를 하지 않는 뭇 남성들에게는 혐오의 대상일 뿐이다. 같은 여성에게 인정받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 다. 그들은 ‘함께 혐오하는 것’ 그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메갈리아는 그들이 주장하는 ‘유리 천장’ 중 그 어떤 것도 깨지 못했으며 여성을 ‘배려’하고 ‘우대’해줘야 한다며 오히려 여성들을 약 하고 보호해줘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메갈리아는 페미니즘 사이트로서의 가치가 없다. 더 이상 자신들의 유흥과 남혐의 정당성을 얻기 위해 페미니즘과 여성을 방패로 내걸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들이 정말 양성평등을 목적으 로 둔 단체라면, 지금까지와 같아서는 안 된다. 메갈리아 본인들부터 그들이 외치는 이해와 평 등, 책임과 배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때이다.